Borderless-Border
김홍연
‘죽음’은 국경, 문화, 종교, 이념에 관계없이 사람들이 동(動, 同)할 수 있는 요소이며, 과거로부터 세계대전, 유대인 학살, 내전, 대형사고 등과 같이 사회적 갈등으로 ‘희생당한’ 사람들은 현재에도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. 미래로 갈수록 인간은 수명을 다하거나 만성질환으로 인해 죽는 ‘생물학적 죽음’보다 새로운 공동체의 탄생 및 발전에 따른 갈등이 초래한 ‘사회적 죽음’의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며, 그 형태의 다양성과 수가 많아짐에 따라 시신의 매장 및 인간의 추모 행위도 변화할 것이다.
각 나라 또는 집단의 사회적, 종교적 견해를 반영한 고인의 매장 및 추모행위는 누군가에게는 적절하고 명예로운 방식일 수 있으나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혐오스럽고 모독적인 행위일 수 있다. 이를 기반으로 핵심 정신을 ‘문화의 최대공약수’를 통한 ‘초국적 공간’으로 설정하여, 문화의 최대공약수 아래 전 세계가 죽음에 대해 새롭게 규정되고, 그에 따른 초국적 아카이빙을 제안함으로써 혐오시설에 대한 새로운 미래 기준을 제시하고자 하였다.
Site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계, ‘국경’으로 선정하였다. 두 나라는 영국의 식민지가 종식되면서, 5주라는 짧은 기간에 세워진 ‘래드클리프 라인’으로 인해 단순 종교를 기준으로 분리되었다. 그러나 위성지도를 보면 이 두나라를 잇는 2개의 축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.
Border는 두 개의 다른 영역이 만나는 윤곽이다. 위와 같은 점에서 경계, 즉 두 나라의 국경은 더 이상 분리를 위한 선이나 표면이 아닌, 공간의 개념을 뛰어넘고 보이지 않는 잠재력을 가질 수 있는 장소이다. 두 나라의 국경지대에 중요 축들과 라인들을 고려하여, 사회적 죽음을 다룬 추모공간을 설계하면서, 이는 더 이상 자국만의 문제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고 우리 모두가 안아야 할 문제임을 상기시키고자 한다. 사회적 죽음을 다룬 추모공간은 단순히 역사적, 정치적 갈등의 상징으로서 과거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현재 안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.